만두 세 알에 5만원, 루이비통은 왜 서울에 레스토랑을 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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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 2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12월 9일
만두 세 알에 4만8천원.
2025년 9월 1일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루이비통 레스토랑 '르 카페 루이 비통'의 대표 메뉴
'비프 만두' 가격이다.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이 만두피에 새겨진
이 만두는 예약 오픈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과연 루이비통 만두는 일반 만두와 무엇이 다를까.
한우 갈비, 셰리 버터 소스, 훈연 표고버섯 피클이 들어간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만두의 맛이 아니다.
당신이 그 만두를 먹는 순간 루이비통의 세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만두를 파는 레스토랑이 아니다.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를 파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지금 명품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고있다.
명품, 식탁마저 탐하다
루이비통만이 아니다.
청담동 거리를 걸으면 이제 명품 브랜드 레스토랑과
카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메종 도산 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운영한다.
크리스챤 디올은 청담과 성수에 '카페 디올'을 열었다.
구찌는 한남동 구찌 가옥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이라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세
계적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한
이 레스토랑은 예약 한 번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2023년 루이비통은 청담동에서 세 차례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였다.
미슐랭 3스타 셰프 피에르 상, 알랭 파사르와 협업한 팝업은
디너 한 끼에 35만원, 와인 페어링까지 하면 70만원이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날까지 예약이 완판됐다.
2023년 11월에는 한식 미슐랭 스타 셰프 5명과 협업한
'우리 루이 비통' 팝업을 열었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 등
한국 최정상 셰프들이 모인 이 팝업 역시 오픈런 대상이 됐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루이비통은
2025년 8월 드디어 국내 첫 상설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예약은 캐치테이블을 통해 진행되며,
첫 주말과 휴일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사람들이 이제 명품 만두를 먹기 위해 줄을 선다.
지갑을 열게 만드는 심리적 허들 낮추기
루이비통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에르메스 버킨백은 최소 2천만원이 넘는다.
루이비통 대표 핸드백도 수백만원이다.
신상품 중 가장 저렴한 카드지갑조차 40만원 이상이다.
이 가격은 명품에 관심 있는 사람조차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는 금액이다.
특히 명품을 처음 접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이 심리적 허들은 더 높다.
그런데 만두는 4만8천원이다.
여전히 비싸지만 백이나 지갑에 비하면 '경험해볼 만한' 가격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레스토랑과 카페를 여는 이유는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진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성신여대 허경옥 교수는
"식음료는 고가의 패션 아이템과 비교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 한결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NS에는 명품 레스토랑 방문 인증샷이 넘쳐난다.
루이비통 매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이,
레스토랑에서는 편하게 식사하며 루이비통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형성된다.
더 영리한 점은 제품 경험으로의 연결이다.
루이비통은 레스토랑 내부를 방문객들이
문화적 영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출판물로 채웠다.
북 큐레이터가 선별한 도서, 윤태균 셰프가 고른 요리책,
루이비통 에디션 여행·스타일 시리즈까지.
그리고 식사에 사용되는 접시와 잔은 루이비통 테이블웨어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루이비통의 커피잔 2개 세트는 90만원 이상이다.
접시 4개 세트는 183만원이다.
일반인이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2만9천원짜리 디저트를 시키면
그 90만원짜리 잔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83만원짜리 접시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
이 경험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이 잔으로 집에서도 커피를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경험 경제 시대, 명품 브랜드의 생존 전략
명품 시장이 포화 상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명품 소비 시장 규모는 21조원이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한국에서만 4조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샀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선택한 전략이 바로 '경험 경제'로의 전환이다.
가방과 옷만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제안하는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경험하는 삶의 방식을 파는 것이다.
루이비통은 '루이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유망 셰프들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파리, 밀라노, 뉴욕, 도쿄, 방콕에 이어 서울이 여섯 번째 도시다.
각 도시의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고유의 풍미에 루이비통의 감성을 더한 메뉴를 선보인다.
단순한 레스토랑 체인이 아니다.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가 세계 각지에서
어떻게 현지화되고 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 프로젝트다.
구찌 오스테리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본사의 레스토랑에 이어 비벌리힐스, 도쿄, 서울에 오픈했다.
각 도시의 레스토랑은 이탈리아 퀴진에 현지 식재료와 조리 기법을 더한다.
서울점에서는 한국인 셰프와 이탈리아 셰프가 협업한다.
명품 브랜드가 음식을 통해 문화를 중개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테이블웨어 시장, 명품의 새로운 격전지
레스토랑과 카페는 사실 또 다른 쇼룸이다.
진짜 목표는 테이블웨어 시장이다.
에르메스의 모자이크 시리즈는 백화점 점포별로 대기 고객이 500명 이상이다.
2피스 신품이 50만~60만원인데, 중고로는 10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가격이 역전된 것이다.
구찌의 디저트 포크 2개 세트는 59만원,
샐러드 볼은 60만원대다.
2022년 이후 '럭셔리테리어(럭셔리+홈인테리어)' 트렌드가 확산되며
명품 소비가 패션에서 생활용품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명품 식기는
새로운 '있어빌리티(있어 보인다+능력을 합친 신조어)'의 상징이 됐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허세 피라미드'에 따르면
명품 가방과 옷은 피라미드 중간 단계다.
10대도 용돈 모아 구찌 운동화를 사는 시대에 명품은 이미 대중화됐다.
진짜 '1티어' 허세는 인테리어와 가구, 그리고 식기다.
30대 여성 A씨는 디올 매장에서 디너 접시 2개와 컵 2개를
총 100만원 중반대에 구매했다.
그는 "그릇은 한 번 사면 깨지지 않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고 대대손손 물려줄 수도 있다"며
"잘 사는 집은 그릇도 대물림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명품 식기를 선반에 장식하고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것이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된 것이다.
레스토랑과 카페는 이 테이블웨어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루이비통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루이비통 접시의 무게감,
잔의 곡선, 나이프의 균형감을 경험한다.
에르메스 카페에서 에르메스 잔으로 커피를 마신다.
이 경험이 구매로 이어진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2년 4월 프리미엄 식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식기 매출 증가율 2.9%의 4배에 달한다.
명품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전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명품 브랜드의 레스토랑 전략은 영리하다.
진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을 브랜드 세계로 끌어들이고,
경험을 통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며,
궁극적으로 테이블웨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이 모든 과정이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에게도 기회다.
수백만원짜리 가방을 살 수 없어도 루이비통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웠던 사람도
카페에서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명품이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명품의 본질은 무엇인가.
희소성인가, 품질인가, 경험인가. 에르메스는 여전히 희소성을 고집한다.
모든 제품을 프랑스 50여 개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같은 디자인 가방을 1년에 2개까지만 판매한다.
코로나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2024년 매출이 20% 이상 성장한 이유가 여기 있다.
에르메스는 레스토랑도 열지만 본질인 희소성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반면 루이비통을 포함한 LVMH 그룹, 구찌의 케어링 그룹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생산을 늘리고 접근성을 높이는 대신 경험을 파는 것이다.
어느 전략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는 알아야 한다.
당신이 4만8천원에 사는 것은 만두가 아니라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 경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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